2021년 글로벌 M&A 시장은 5.8조 달러로 전년대비 62% 성장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통적인 M&A 영역인 기업과 사모펀드의 M&A는 47% 성장했으며, 재무적 투자(FI) 관점의 M&A는 77% 성장했다. 특이한 점은 VC와 CVC를 통해 스타트업 대상의 M&A가 94% 성장했다는 점이다.
사실 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이라고 불리는 기업형 벤처캐피탈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스타트업을 통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CVC를 설립해서 활발하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CVC 업계 간담회를 개최해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 허용을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대기업도 CVC나 in-house 투자 조직을 활용해서 스타트업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은 계열사 출자 자금으로 설립된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넥스트(삼성전자 산하)와 삼성카탈리스트펀드(삼성전략혁신센터 산하)도 투자기구로써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실리콘밸리에 현대크래들이라는 CVC를 설립해서 초기기업을 투자/육성하고 있으며, 현대크래들이라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전 세계 5개 혁신 도시(거점)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에 서울 거점은 제로원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이다.
그 중에서 GS리테일(구 GS홈쇼핑)이야말로 기업 내부형 CVC로써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로 볼 수 있다. 아래는 DBR 2018년 12월 자료인데, GS리테일의 벤처투자 철학을 보여준다. 스타트업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은 우선 외부에서 유명한(?) 심사역을 영입하고 경험과 네트웍 확보를 위해 LP로서 간접투자를 먼저 시작한다. 여기서 어느 정도 역량이 쌓이면 직접투자를 진행하고, M&A까지 발전하게 된다. 최근 개최된 스타트업생태계컨퍼런스에서 GS리테일은 직접/간접투자로 AUM 1조 정도 수준이라고 밝혔고,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GS의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하여 성장하겠다는 역할로써 CVC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대기업들은 CVC를 통해서 아래 3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우선 자사의 핵심 사업을 레버리지하기 위한 투자, 즉 Known knowns 영역으로 CVC 활동을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 사업의 인접 사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Known unknowns 영역에서 기술의 발전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진화를 파악하는데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Unknown unknowns 영역으로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CVC를 운영한다.
다시 말해서, CVC 설립을 하자마자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CVC 활동을 통해 핵심/인접 사업의 동향을 파악해서 필요하면 투자를 하기도 하고 핵심/인접/신사업 영역에서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동향 파악을 해서 기업의 전략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들이 CVC 활동으로 조직 내부에 활력을 넣기를 기대한다.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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