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많은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메쉬업엔젤스에서 출간한 '스타트업 투자유치 전략'에는 투자자의 유형을 엔젤, 소형 VC, 일반 VC, 일반 금융권, 공공기관, 일반 법인으로 나누고 있다. 투자자는 본인이 소속된 조직의 특성에 따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하기도 하고, 펀드를 결성해서 GP(General Partner)로서 LP(Limited Partner)를 모집해서 펀드 결성 기간 동안 투자하기도 한다.
전문 투자기관 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뛰어든다. 대기업은 스타트업과는 사뭇 다른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다. 필자는 컨설팅을 수행하며, 국내외 여러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과 절차에 대해 벤치마킹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대기업들은 보수적인 곳도 있었지만, 의외로 투자기관처럼 진취적이로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하는 곳도 있었다.
어떤 대기업은 오너(?)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성장성이 높으면 리스크가 높더라도 투자하라는 곳이 있고, 반면 다른 대기업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적은 투자금으로 minority 지분 인수에 투자하고 시리즈 C~D로만 투자를 한정하는 곳도 있다. 스타트업 투자 문화에 따라 투자 심사역의 구성도 다르다.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기업은 외부 전문가를 수혈해서 운영하지만, 보수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기업은 대부분 내부 직원들로 구성하고 소수의 외부 전문가를 수혈한다.
대기업 입장에서 어떤 방식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으며, 기업의 문화와 스타트업 투자의 목적과 방향성에 따라 투자 방식이 정해진다. 그러나 이들이 스타트업 투자 시에는 비슷한 지표를 검토하여 투자 의사결정을 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규모가 큰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소규모의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누가 검토하든 비슷한 지표를 보게 된다.
대기업의 내부 복잡한 보고, 승인, 의사결정 체계를 봤을 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자사와의 전략적 방향성(strategic fit)이 일치하고 자사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대기업이어서 재무적인 투자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대기업의 자산/매출 수준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다보니 전략적 방향성과 시너지에 좀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GS홈쇼핑의 신성장동력은 벤처투자?
GS홈쇼핑의 벤처투자 사례를 보면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GS홈쇼핑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한다는 것과 벤처 라운드 시리즈 A, B 이상의 비교적 검증된 곳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또 최근 간접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 등이다.
GS홈쇼핑의 벤처투자 기본 전략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호협력을 통해 서로의 미래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에코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최근 시장에는 올해 GS홈쇼핑의 누적 투자성과가 수백억 원에 달하고 투자기업 순자산가치도 수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재무적 투자 성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도 있지만, 정작 GS홈쇼핑은 숫자는 별로 중요치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GS홈쇼핑 관계자는 말한다. “저희가 하고 있는 벤처투자는 ‘투자 수익’, 즉 엑시트나 평가 차익 목적의 투자가 아닙니다. 투자 스타트업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직접투자는 대부분 업무 연관성이 높은 곳, 향후 GS홈쇼핑 성장에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곳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손실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스타트업들이다 보니 손실이라 해봐야 1, 2억 원 정도로 규모가 크지는 않은 편입니다. 연간 영업이익이 1,500억 원에 달하는데, 미래 성장을 위해서라면 1, 2억 원 손실은 충분히 감내할 만하죠.”
GS홈쇼핑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이커머스 시스템 개선·관리에 도움이 되거나 향후 TV홈쇼핑 인기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다루는 곳들이 주류를 이룬다. 모바일 마케팅 성과 분석 툴을 제공하는 ab180, 홈쇼핑 방송 메타 정보를 서비스하는 버즈니, 간편결제 전문 서비스 업체 NHN페이코 등이 전자에 속한다면, GS홈쇼핑 모바일 반려동물 전용관에 입점한 펫프렌즈, 도그메이트, 펫픽, 바램시스템, 디자인 소품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 원격 실내 공기 오염 분석기 제조업체 비트파인더, 중고차 판매 앱(헤이딜러)을 운영하는 피알엔디컴퍼니 등은 후자에 속한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대표이사의 역량, 자질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 대표이사의 역량과 자질은 다른 말로는 SPEC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텐데, 암묵적으로는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대표이사는 어느 대학 출신인가, 창업 경험이 있는가, 공동 창업자가 있다면 어떻게 만났는가, 어떤 난관이 닥치더라도 pivoting을 해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낼 역량이 있는가 등등을 보게 된다.
재무적인 지표는 시리즈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초기 단계에서 시리즈 A, B인 스타트업은 매출, 손익 같은 재무적 지표 보다는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재무, 운영 지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리즈 C, D 단계에서 매출이 발생한다면, 매출성장률이 중요해져서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를 검토한다. 스타트업 지표는 필자의 과거 블로그를 참고해도 되고, Y Combinator의 Serise A Guide을 참고해도 된다.
- Enterprise: Total Customers, Bookings, Revenue, Revenue CMGR 등
- SaaS: Total Customers, Bookings, Monthly recurring revenue(MRR), Net dollar churn, Customer LTV / paid CAC 등
- Usage-Based: Monthly revenue, Revenue CMGR 등
- Subscription: Total subscribers, Trial conversion, Monthly recurring revenue(MRR), Gross user churn 등
- Transactional: Gross Transactional Volume(GTV), Net revenue, Take rate (net revenue as % of GTV), User retention 등
- Marketplace: Gross Merchandise Value(GMV), Take rate, Contribution margin per order, Customer retention, Seller retention 등
- E-Commerce: Total visits, Total unique visitors, Total customers, Conversion rate, Average order value 등
스타트업의 health check 지표 - 16 Startup Metrics
16 More Startup Metrics - TAM, Cohort Analysis, Active Users 중심
재무적인 지표 중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현금 소진 기간을 나타내는 runway이다. 통상 투자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면, 12~18개월 동안 성장하고 그 다음 투자 라운드로 이동해야 한다. 이때, 현금이 남아 있어야 다음 라운드의 투자자가 들어올때까지 버틸 수 있게 된다. Net Burn Rate가 정정한지를 따져보고, 스타트업 대표들은 회계지식이 없으므로 부외부채(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리스료 등)가 튀어나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Gross Burn = 월별 비용과 기타 현금성 경비
- Net Burn Rate (생존 개월 수) = 보유 현금 / (월별 비용과 기타 현금성 경비)
그 외에 시장 규모 및 성장성(그리고 시장에서 경제적 해자를 형성 가능한지까지), 기술, 소비자, 분쟁/소송 등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공통적으로 검토하는 사항은 EXIT 가능성과 방법이다. 비상장 스타트업의 투자라는 것은 EXIT 방법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상장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매각하면 되지만, 비상장 기업의 주식은 받아줄 기관이 없다. Secondary Fund가 있긴 하지만, IPO나 M&A 말고는 EXIT하기가 무척 어렵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EXIT이 어렵기 때문에, 좀더 꼼꼼하게 스타트업을 검토해서 투자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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