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자문을 수행했다. 그동안은 스타트업에 자문을 수행했다면, 기업들이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지를 간접 경험한 셈이다. 이제 국내 대기업은 내부 R&D, 개방형 R&D, 사내벤처, 기업주도형 벤처투자(CVC, Corporate Venture Capital) 등의 방법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Not Invented Here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대기업의 CVC라는 투자 방식은 국내 여러 대기업에서 채택하거나 검토를 하는 방식이다. CVC는 대기업 본체와는 별도의 투자전담회사(기구) 운영을 의미한다. 한국벤처투자에서 발간한 '기업 주도형 벤처투자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는 아래와 같이 대기업들의 CVC 현황을 정리해두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거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핵심역량을 강화하거나, 시장 지배력을 상승하기 위해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물론 이런 비즈니스 관점에서 투자하기 보다는 사회적 책임 강화 목적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중소기업의 비즈니스를 침해하거나 ESG 요소에 반하는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회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서 좋은 이미지와 브랜딩 요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보다 훨씬 이전부터 CVC를 만들어서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CVC의 벤처투자 규모와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전체 VC 투자에서 CVC가 참여한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지주회사의 완전 자회사 형태 설립, 외부자금의 펀드출자 비중 40% 제한)하지만, 글로벌에서는 정형화된 구조 없이 기업의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 방식은 시작하자마자 M&A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투자부터 시작해서 직접투자, 인수합병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간접투자는 특정 사업 영역이나 특정 지역에 진입하고 싶을 때, 펀드를 통해 여러 스타트업에 간접 투자를 하게 된다. 투자처를 특정하기 보다는 블라인드 펀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접투자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면, 이제 직접투자를 통해서 스타트업의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넘어간다. 직접투자는 Club Deal 형식의 투자자 또는 공동 투자자를 통해 경험을 얻고, 그 이후에 Club Deal을 리드하는 리드 투자자로서 발전하고 지분 비중도 높이거나 이사회 참여 권한도 획득을 한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 확신이 생기고 시너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지분 비율을 높여서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한다. 간접투자에서 직접투자, 인수합병으로 갈수록 리스크는 높아지고 경영의 관여도도 높아지는 특징이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할지는 기업의 의사결정 영역이 될 것이다.
대기업들은 신성장 동력 발굴, 핵심역량 강화, 시장지배력 상승,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스타트업을 투자한다. 대기업의 투자심의위원회에서는 여느 VC나 투자회사의 투심위와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두 비슷한 자료를 보고, 비슷한 의사결정 기준을 갖는 것이다. 대기업의 투심위는 투자하려는 스타트업의 경쟁력과 당사와의 전략적 적합성(Strategic Fit)을 최우선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시장의 규모와 시장성을 판단하여, 스타트업이 경제적 해자(moat)를 갖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경제적 해자가 있어서 다른 경쟁자들이 진입하더라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면 높은 평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스타트업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이사와 핵심 인력의 구성이고, 그 중에서도 더 중요한 것은 대표이사의 스펙, 경력, 창업경험일 것이다. 대표이사가 똑똑하면, 다른 모든 것이 미달하더라도 투자하는 것일 수 있다. 대기업이다보니 분쟁, 소송, 재무 등 다양한 리스크 요인도 따져보고, EXIT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한다. 비상장 스타트업은 EXIT 옵션이 많지 않고, 상장을 통해서 주식시장에서 매각을 하거나 M&A를 하는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스타트업 투자를 할때, strategic fit과 exit을 아주 중요하게 볼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다양한 블로그 글에서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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