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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이야기

AgTech 스타트업, 그린랩스 사업/재무 분석 (2/5): 그린랩스의 이해

by 채린채준아빠 2024.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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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그린랩스는 8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예비 유니콘 기업의 대표주자였다. 당시 재무제표와 다양한 뉴스를 조합하면, 2022년 기준으로 그린랩스의 snapshot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설립연도: 2017년
  • 기업가치: 8,000억원
  • 매출: 2,807억원
  • 영업이익: -1,019억원
  • 임직원수: 266명
  • 투자유치: 2,505억원
  • 월트래픽: 14.6만

2023년에는 스타트업 투자가 한파였으나, 바로 직전 해인 2022년만해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는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던 시기였고 오히려 계획된 적자라는 용어가 만연할 정도였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2022년 8천억원 가치의 그린랩스는 아주 괜찮은 스타트업이라고 여겨졌다. 당시 SBS의 프리미엄 컨텐츠를 보면, 경영진의 자신감과 예비 유니콘 기업이라는 시장의 좋은 평가가 어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농업을 디지털화하다! 애그테크 개척자, 그린랩스 (출처: 스브스프리미엄, 2022.12.30)

 

농업을 디지털화하다! 애그테크 개척자, 그린랩스

농업계의 유니콘이 나타났다 그린랩스는 국내의 대표적인 애그테크 (Agriculture Tech) 기업이다. 2017년 5월 설립됐는데 당시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농가들에 보급하기 위한 비즈니스로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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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기사에서 그린랩스는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이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린랩스는 일반적인 AgTech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스타트업으로 설립이 되어 전국의 농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마트팜 시스템을 농가에 보급하는 비즈니스로 시작됐다. 이런 사업 영역을 확장해서 2022년에는 농업 데이터 플랫폼인 '팜모닝'과 B2B 유통 온라인 플랫폼 '신선하이'라는 두가지 큰 사업영역을 영위하고 있었다.

 

팜모닝은 AgTech라면 누구라도 상상할 수 있는 비즈니스여서 농가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농가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MAU가 잘 나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테고, 팜모닝은 농부들이 질문하고 답변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서비스 요소를 채택했다. 아마도 농부들을 위한 지식인이라고 할까.

 

신선하이가 온라인 플랫폼 관점에서 약간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바로 중개가 아니라 직매입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농가의 작물을 직접 매입하고, 바이어와 연결시켜주는 B2B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공산품에 대해 직매입이 아니라, 쉽게 썩고 유통기한이 짧은 농산물의 직매입이라..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플랫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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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그린랩스는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먼저 팜모닝은 농부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서비스였다. 매출은 스마트팜 설비를 설치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농민들의 커뮤니티는 무료로 운영하는 방식, 즉, 일반적인 플랫폼 기업의 전략인 메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해서 가입자수와 MAU를 극대화하고 돈은 다른 서비스에서 버는 방식을 채택했다. 사용자가 많아지고 MAU가 많아지면, 광고를 붙이거나 농부들에게 물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가능해 보인다.

 

신선하이는 당연히 상거래 플랫폼이기 때문에 매입해서 바이어에게 판매해서 수익(매출)을 얻는 구조이다. 싸게 매입해서 비싸게 판매해야 수익이 극대화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당연히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Seller(농가)와 Buyer(식품회사/커머스 등)가 많이 들어와서 Network Effect(네트웍 효과)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Network Effect란, Seller 입장에서는 Buyer가 많아서 더 들어오게 되고, Buyer는 Seller가 많아서 더 들어오게 되어, Seller와 Buyer가 동시에 증가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즉,  네이버처럼 사용자와 광고주가 많이 들어오는 서비스를 생각하면 되며,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냅킨에 그린 것으로 유명한 아래의 선순환 구조를 참고하면 된다.

 

 

중개가 아닌 직매입인 신선하이가 Seller와 Buyer가 많이 들어오게 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농민들에게 유리한 정산 조건을 제공해서 일주일 내로 판매한 농산물에 대해 정산을 해주었다. 쿠팡의 판매자 정산주기가 60일임을 감안했을때,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도 많아서, 농민들이 다른 도매상보다는 신선하이에 납품하는게 유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Seller 뿐만 아니라 Buyer에게도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을텐데, 이 부분은 다음에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린랩스는 신선하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농업계의 블룸버그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22년까지 그린랩스의 투자자는 그 면면이 대단한데, 진대제 펀드라 불리는 스카이레이크와 SK스퀘어, 그리고 LG그룹 사위가 운용역이어서 회자됐던 BRV캐피탈 등등이다. 아무래도 그린랩스가 전통 산업 영역에 디지털 기술 혁신이라는 AgTech 영역에서 선두주자이다보니, 쟁쟁한 투자자들이 2천억원 정도를 선듯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그린랩스에 2023년 초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랩스의 2022년 재무제표는 4월에 공시되었으나, 2022년 말~ 2023년 초부터 이상징후가 포착되었고 2023년 초에 여러 뉴스에서 기사가 나오기 시작헀다. 가장 리얼하게 외부인이 회사의 이상징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임직원의 증감에 따라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혁신의숲에서 그린랩스를 검색하면 그린랩스의 고용인원에 대해 알 수 있는데, 2023년 2월에 496명을 정점으로 2023년 3월에 갑자기 208명으로 감소해서 300여명 정도가 한달 새에 퇴사를 했다. 과연 2023년 초에 그린랩스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https://www.innoforest.co.kr/company/CP00001918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blog: http://aliah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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