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온라인 명품 커머스 플랫폼을 대상으로 경영자문을 수행했다. 과거에 필자는 대기업 계열의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에 몸을 담기도 했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커머스 회사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수행한 경험이 있었지만, 명품이라는 버티컬 상품은 처음 경험을 한터라 흥분도 되고 재밌게 자문을 진행했었다. 명품은 일반 commodity 상품과는 다르게 유통되어 판매되고 있다. 먼저 유통채널은 브랜드 본사에서 브랜드 코리아, 에이전트, 해외 부티크를 통해 유통된다. 브랜드 코리아는 백화점/면세점/대리점을 통해 유통되는 것을 의미하며, 부티크는 브랜드 본사와 계약을 맺은 일종의 도매상을 의미한다. 해외직구는 소비자가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고, 구매대행은 판매자가 소비자 대신해서 제품을 소비자가로 구매해서 대행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며, 병행수입은 제품을 도매가로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코리아를 통해 정식으로 유통되는 명품은 판매처에서 AS가 가능하고 가품 논란에서 벗어나 믿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직구, 구매대행, 병행수입은 AS도 어렵거니와, 진품인지 가품인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해외직구, 구매대행, 병행수입에서 유통되는 명품을 진품으로 보증하고, 특히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이 소개되고 있다. 물론, 온라인 명품 플랫폼이 나오게 된 이유는 이러한 진품/가품 논란 때문만이 아니다. Bain & Company에 따르면, 2025년에 Y 세대가 전체 명품 시장 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Z 세대 역시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 채널 관점에서도 온라인 채널이 명품을 구매하는 주요 채널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머트발이라고 불리는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이 3대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사의 거래액(GMV)은 현재 4,000억 정도 수준이나, 매출, 영업이익에서는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머스트잇은 거래액이 1위이나 매출액은 트렌비/발란에 비해 낮은 반면 영업이익은 플러스이다. 트렌비는 거래액, 매출은 2위이나 영업이익이 꼴찌이다. 발란은 거래액은 3위이나 매출이 1위이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보인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같은 샤넬 지갑인데 값은 제각각…머·트·발 가격 다른 이유는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이 확대되면서 가격과 품질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같은 제품이지만 플랫폼마다 가격이 달라 40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가령 샤넬의 클래식 카드지갑 캐비어 제품을 비교해보면 머스트잇에서는 120~140만원대, 트렌비에서는 130~160만원대, 발란에서는 130~15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유통 구조에서 비롯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은 오픈마켓과 구매대행 방식으로 나뉜다. 머스트잇과 발란은 오픈마켓 형태로 명품을 판매한다. 트렌비는 해외 구매대행과 병행수입으로 중개 판매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머스트잇은 병행수입 셀러(판매자)들이, 발란은 국내 병행업체와 해외 부티크로 나뉘어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다. 트렌비는 주문이 접수되면 해외 직원이 현지에서 명품을 구입해 국내로 배송하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판매자들이 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며 "구매대행의 경우 플랫폼사에서 마진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이는 3사의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이다. 위의 기사에도 나왔지만, 머스트잇은 오픈마켓 형태로 판매를 해서 병행수입 업자들이 오픈마켓에 입점해서 판매를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운영되다보니 재고 부담은 없고, 더 많은 셀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를 높이기 위해 가격을 설정하게 된다. 오픈마켓이므로 거래액(GMV)는 높으나, 오픈마켓 플랫폼 수수료만을 매출로 인식하므로 매출은 낮고, 재고 부담이 없고 셀러 관리만 집중하므로 영업이익이 유리하다.
발란은 해외 부티크에서 직매입해서 판매하고, 병행업체가 오픈마켓으로 판매하는 2가지 방법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직매입과 오픈마켓 비중은 잘 모르겠으나, 거래액이 꼴찌인 것을 보면 직매입 비중이 약간 높아보이고 매출은 높으나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렌비는 구매대행과 병행수입으로 판매를 하고 오픈마켓 형식이 아니다보니, 직매입 인력과 재고 관리 부담으로 인해 거래액과 매출이 늘면 늘수록 영업이익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어떤 방식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Commodity가 아닌 명품 특성 상, 100% 오픈마켓 형식 보다는 명품을 최대한 입도선매해서 결품률을 낮추고 판매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아니면, 해외직구, 구매대행, 병행수입 등 유통채널이 혼탁하고, 개인과 사업자가 최대한 명품을 확보하려다 보니 오픈마켓에서 명품 확보한 셀러들이 판매를 극대화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명품이라는 상품 특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에루샤 같은 상품들이 오픈런을 일으키고, 일단 확보만 하면 다 팔리는 시장 특성 상 기존의 종합몰, 오픈마켓과는 다른 양태를 보이며 성장하는 시장이다.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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