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소비재 기업과 미팅을 하면서, 디지털 혁신 시대에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다양한 아젠다를 청취하고 의견을 나눴다. 해당 기업은 기존의 오프라인 영업 채널에서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있었고,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니더라도 특정 지역, 성별, 연령층을 공략해서 나름의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성장의 한계와 매출/마진의 감소로 인해 새로운 채널인 온라인 채널의 진출, 그것도 쿠팡, SSG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의 입점이 아니라 자사의 전용 브랜드 쇼핑몰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다.
소비재 기업이 온라인 커머스 전략을 어떻게 구사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전에, 현재의 소비재 기업과 온라인 커머스의 상황에 대해 파악해 보도록 하자. 소비재 기업은 온라인 채널로 인해 매출 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마진 감소라는 부정적 결과를 필연적으로 직면한다. 물론 모든 카테고리에서 마진 감소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온라인 커머스의 침투율이 높고 성숙도가 높은 섹터에서 더 높은 마진 감소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이나 애완견 사료는 온라인 침투율이 높아서 온라인 커머스들이 높은 마진을 갖고 가며, 그 외에 가정용품이나 신선식품, 화장품 등은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 채널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이 마진이 좀더 높게 나타난다.
소비재 기업 입장에서는 대중적인 customer base를 갖고 있는 온라인 커머스, 전문몰에 입점해서 판매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갖고 갈 것이냐, 자사 브랜드몰을 만들것이냐에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매출이 아닌 마진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 커머스에 입점하는 것보다는 자사 브랜드몰을 만드는 것이 좀더 유리할 수 있고 아마존 같이 시장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온라인몰보다는 다른 온라인몰 입점이 유리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소비재 기업이 자사의 브랜드몰을 구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자사 브랜드몰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여 소비자 인사이트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제품이나 출시 예정 제품을 등록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잠재 수요를 확인하거나 SNS 공유를 통해 WOM(Word-of-Mouth) 효과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또한,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확립하고 일반 온라인몰에 유통하는 소비재 기업과의 차별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점에서 디지털 혁신을 촉진시켜 제품과 서비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소비자 인사이트, 브랜드 가치, 디지털 혁신 만으로 끝나면 안되며, 당연히 자사 브랜드몰을 통해 매출을 증대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게 사실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소비재 기업들이 온라인 사업을 전개하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가격, 결제, 주문, 재고, 배송, 환불까지 전시부터 주문/풀필먼트까지 온라인은 오프라인과는 다른 정책과 시스템, 운영모델이 필요하다. 또한, 오프라인 채널은 높은 비용구조를 갖고 있는데, 온라인 진출로 인해 cannibalize가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 통상 오프라인의 1과 온라인의 1을 더해서 2 이상의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1.5의 비즈니스가 나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온라인 채널 관리에 필요한 역량은 오프라인 채널, 파트너 관리 역량과는 확연히 다르므로, 조직 체계와 KPI 등 고려할 것이 많아진다.
위에서 언급한 운영 상의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우리의 브랜드 파워와 제품의 가치가 온라인 사용자를 흡수할 정도로 강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제품을 온라인에서 직접 유통을 한다면, 온라인 소비자들이 쿠팡에 가서 유명 브랜드를 구매하지 않고 기꺼이 우리 사이트에 와서 회원 등록을 하고 쿠팡 포인트 등 할인혜택을 포기하고 우리 제품을 구매할 것인가. 우리가 온라인이라는 용어에 함몰되어, 브랜드와 제품의 경쟁우위를 간과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의 브랜드와 제품이 충분히 온라인 채널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이 든다면, 온라인 커머스를 위해 어떤 역량을 확보하여 핵심 역량으로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커머스 역량에는 Digital Experience, Core Commerce, Commerce Operations, Supply Chain 등이 존재한다.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에 따라 내재화 또는 외부 역량 활용을 의사결정해야 한다.
by 딜로이트 디지털경영관리 안종식 이사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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