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3대 주력 제조업체 300개 사를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성장둔화에 대비하여 응답기업의 86.6%가 신사업 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추진분야로는 기존 사업과 연관된 분야(45.7%)나 동일 분야(43.0%)라고 답했으나, 가능성 검토단계(56.6%)가 착수단계(23.2%), 제품출시 단계(10.5%)로 밝혀져서 초기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성장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 신사업의 유혹에 빠진다. 그래서 정형화되고 합리적인 프로세스를 밟아서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신사업 기획 프로세스의 공통점은 최대한 많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1차/2차 스크리닝 작업을 통해 최적의 사업 아이템을 찾는 절차로 진행한다.
(필자가 작성한 신사업 기획 프로세스 http://aliahn.tistory.com/22 참고)
그러나 이러한 신사업 기획 프로세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직접 해보면 느끼겠지만, 굉장히 매력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단계를 통과하면서 변질되고 축소되어 가장 안전하고 평범한 아이디어로 전락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러 사람들이 평가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누구에게나 수긍할 수 있고, 여러 도전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반영한다. 소위 정교화 과정을 통해 평범한 사업계획서가 만들어지게 된다.
또한, 단계가 진행될수록 전 단계로 되돌아 가기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사업 아이템을 선정해서 III 단계나 IV 단계까지 진행되면, 이를 포기하고 전 단계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IV 단계까지 진행해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는데, 이를 실행할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사업 검토 단계에서 머물러 있다가 실행을 못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신사업 기획 프로세스는 신사업을 기획하고 의사결정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최대한 합리적으로 했다는 증거이자 책임 회피용일 뿐이며,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신사업을 도출하기 위한 프로세스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사업을 추진해야 하는가? 경직된 신사업 기획 프로세스 보다는, 창의적이고 반복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또한,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테스트를 하고, 이에 대한 교훈을 얻어서 아이디어를 보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필자가 신사업 컨설팅을 수행하며 활용한 위의 Ideation Process를 살펴보자. 신사업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서 다양한 부서,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을 모은다(워크샵 또는 TFT 구성 등). 이들에게 탐색과 상상하는 시간을 주고, 신사업 도출의 첫 단추를 고객에서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고객의 pain point는 무엇인가, 고객의 니즈는 무엇인가에서 신사업의 고민은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신사업 아이디어 컨셉을 상세화하고, 미진한 사항이 있으면 바로 전 단계로 돌아가서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여기까지 작업을 하면, 다양한 신사업 아이디어와 상세화된 컨셉이 도출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 바로 신사업을 추진해야 하는가? 신사업이 경쟁력 있고 시장에서 성공가능성이 있는지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테스트는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 먼저, 여러 신사업 컨셉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고 서로 상충되며 양립할 수 없는 아이템 2개를 여러 쌍으로 선정해보자.
예를 들면, 샤오미를 생각해보자. 샤오미의 2015년 실적은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7천만 대를 넘었지만, 2015년 2분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2016년까지 지속되고 있다. 2015년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서 2016년 1분기에는 3위로 추락했으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오포와 비보가 4위와 5위에 올라서 레노버와 샤오미의 순위가 추락했다. 만약 온라인 판매/유통 위주의 샤오미가 오프라인 유통으로 신사업을 한다면, 직영점인 '샤오미의 집'(小米之家)을 강화하여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전문적인 판매가맹점에 판매 수수료를 공격적으로 확대하여 오프라인 유통을 강화할 것인지 선택 가능하다. 이렇게 2가지 컨셉은 각자 경쟁력이 있으며,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선정된 2개의 아이디어를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부르자. 전략적인 선택은 여러 쌍이 도출될 수 있다. 위의 이미지에서 오른쪽에 2개의 전략적인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각각의 전략적인 선택에 대해 핵심적인 질문을 하며 테스트를 한다. 이 방식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다. 기존에는 내부/외부 환경 분석을 한다면서 SWOT analysis나 Five forces analysis를 해서 이러이러해서 신사업은 이렇게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귀납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경쟁강도, 역량, 고객, 산업에 대해서 핵심 질문을 통해 테스트 하는 것은 연역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에서 우리는 답을 빨리 찾고,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에 대해서 신사업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보자. 아마도 다음의 질문을 통해 검증이 가능할 것이다.
- 어떠한 고객의 pain point를 해결할 수 있는가? 고객이 못마땅하게 느끼는 경험을 즐거운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는가? 고객은 당신에게 돈을 지불할 강한 유인(incentive)이 있는가? 가격은 적절하게 책정되었는가?
- Paint point를 갖고 있거나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고객은 정확히 누구인가? 상세하고 정확하게 고객을 묘사할 수 있는가? 그들이 누구이고, 어디에 살며, 어떤 업무를 수행하며, 무엇을 하는지 묘사할 수 있는가?
- 당신이 제공하는 솔루션(서비스/제품)이 다른 사람의 솔루션이 제공할 수 없는 차별화된 혜택은 무엇인가?
- 당신이 제공하는 솔루션을 고객이 구매할 것이라는 증거는 무엇인가?
- 목표 시장이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증거는 무엇인가?
- 당신이 제공하는 솔루션에 대해 혜택을 받을 다른 고객 세그먼트는 무엇인가?
- 하나의 고객 세그먼트에서 다른 고객 세그먼트로 전환이 가능한 역량을 개발하고 있는가?
-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초기에 집중해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기존의 신사업 기획과는 다른 방식으로 Test and Learn 기반의 신사업 추진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신사업에 정답은 없지만, Test and Learn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좀더 추진이 용이한 신사업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참고자료
- 우리 기업의 신사업 추진실태와 시사점 조사, 대한상공회의소
- 처음엔 설마, 하지만 4일 만에 혁신제품 쏟아졌다, DBR
- Playing to Win, A.G. Lafley, Roger Martin
- The New Business Road Test, John Mullins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신사업 기획, 해외진출, 원가/관리회계, 스타트업, 커머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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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l: jongsikahn.cma[a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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