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모 카드회사와 업무 미팅을 하면서 카드업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를 고민한바 있다. 사실 필자는 과거에 신용카드 컨설팅에 최적화된 부띠끄 컨설팅펌에서 잠깐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신용카드업에 대해 살짝 발을 담궜었다. 신용카드업에 대해 깊은 이해는 없지만, 짧게 스터디한 내용을 블로그에 남겨볼 예정이다.
필자가 미팅한 모 카드회사는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자신들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그 회사는 은행지주의 계열 카드사였는데, 자사의 카드/결제 기능을 은행과 결합한 BaaS(Banking as a Service)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BaaS는 은행 서비스를 하나의 서비스로 만들어서 누구나 쓸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왜 이렇게 까지 위협을 느껴서 BaaS를 추진하는지는, 아래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제조/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등장해서 간편결제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좀더 고상하게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라고 부르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은 비금융회사가 단순히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을 중개하거나 재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플랫폼에 금융을 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의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의 플랫폼에 금융을 내장해서 대출, 증권,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증권, 금융플랫폼, 보험 등에 진출하고 있다.
물론 플랫폼 기업들이 간편결제 진출한다고 해서 카드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네이버, 카카오 등 간편결제 매출이 증가하면, 거기에 연동된 카드사 매출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제의 헤게모니가 플랫폼 기업에 넘어가고, 그들이 결제의 관문 역할을 하게 되면 앞으로 미래는 신용카드사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과거의 결제 방식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VAN(Value Added Network)과 PG(Payment Gateway)를 이해해야 한다. VAN은 여러 카드사를 대신해서 가맹점에 대한 모집/관리와 결제대금에 대한 승인과 매입 업무를 담당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가맹점에서 하나의 단말기를 통해 다양한 카드가 결제될 수 있도록 공통 중계 업무를 담당한다. VAN은 오프라인에서 결제 거래를 담당한다.
온라인 결제 프로세스는 오프라인 결제 프로세스와 유사하고, PG는 온라인 지불과 결제 대행 업체라고 이해하면 된다. 온라인에서 VAN 역할을 하게 된다. 온라인 쇼핑몰은 물리적 점포가 없어서 카드사 담보 제공이 어려운데, PG가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표가맹점 역할을 하게 된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에는 PG라는 사업자가 있음으로써 가능해졌다. PG가 없다면, 온라인 쇼핑몰은 모든 신용카드사와 전문을 주고 받는 기능을 구현해야 하고, 신용 보완을 위한 추가 지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맹점 -> 간편결제 -> PG -> 신용카드사로 이어지는 value chain에서, 가맹점(쿠팡, SSG 등)이 간편결제로 진출하기도 하고 간편결제(네이버, 카카오 등)가 PG로 진출하려고 한다. 결국, 카드사에 진출은 어렵지만, 고객과의 focal point를 담당하는 가맹점/간편결제/PG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시장 지배자가 나오게 되면, 카드사의 시장 영향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렇기 때문에, 카드사는 BaaS를 활용해서 금융지주를 통한 서비스 확장을 꾀하고, 오픈뱅킹의 카드사 버전인 오픈페이를 통해 자사 앱에서 다사 카드를 등록해서 자사 앱을 통해 결제를 하려는 노력도 있긴 하다. OO페이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공급자(카드시) 마인드로 추진하는 BaaS나 오픈페이를 사용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지급/결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개인적으로 궁금하긴 하다.
※ 참고자료
- 임베디드 금융부터 BaaS까지, 이후 금융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아웃스탠딩
- 이커머스 성장의 숨은 수혜자, PG사업을 아십니까, 아웃스탠딩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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