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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이야기

오프라인 리테일러의 옴니채널(O4O) 전략

by 채린채준아빠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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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유통 대기업의 옴니채널 기반 디지털 전략 수립 컨설팅을 진행하며, 오프라인 리테일러에게 디지털화와 옴니채널이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과거 몸담은 유통 대기업이 야심차게 출시한 'OO온'의 처참한 실패를 보며, 많은 자본과 자원을 가진 대기업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라는 고민도 함께 들었다. 오프라인 점포는 오프라인 리테일러를 빛낼 자산인가, 아니면 디지털화를 저해하고 발목을 잡는 장애요인인가.

 

롯데쇼핑 2019년 2분기 실적 IR 자료

 

위의 자료는 모 백화점의 옴니채널 전략이 담긴 IR 자료이다. 해당 백화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는 완벽한 옴니 쇼핑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기서 Data lake, 빅데이터, 개인화 등 마케팅 미사여구는 차치하고라도, 백화점 업계에서 옴니채널 구현을 위해서는 백화점 매장의 단품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알려져있다. 왜 단품관리라는 이슈가 나오냐면, 백화점 업이 유통이라기 보다는 임대업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백화점의 매장 형태는 직매입, 특약매입(특정매입), 임대갑, 임대을로 이루어져 있고, 백화점에서 상품을 직접 매입해서 재고관리해서 판매하는 직매입 유형은 5% 미만이다. 임대갑/을은 백화점에게 임대 수수료(매출의 OO%)와 관리비를 지급하는 유형이다. 특약매입은 백화점이 브랜드에게 반품이 가능한 조건으로 상품을 외상매입해서 판매하고 팔리지 않은 상품을 반품하는 거래형태로, 전체의 7~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서류 상으로는 백화점 재고이나 실제 관리는 브랜드가 해야 하고, 백화점은 고객으로부터 판매 대금을 수취해서 판매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브랜드에게 대금으로 준다.

 

여기에서 백화점의 고민이 생긴다. 옴니채널로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데, 내가 갖고 있는 재고는 5% 미만이어서 판매할 상품이 다양하지 않다. 그렇다고 직매입을 늘리면, 높은 투자비용과 재고부담으로 리스크가 커진다. 그렇다면, 특약매입으로 입점한 브랜드의 상품을 단품으로 관리해서 판매를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위의 IR 자료를 보면, '파트너사 제휴를통한 단품 Data 공유'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특약매입 브랜드가 백화점에 단품정보를 제공해야 온/오프라인 상품과 가격이 동기화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오프라인은 단품정보 없이 운영하고 온라인만 단품정보 기반으로 운영되어 반쪽짜리 옴니채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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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O4O(Online for Offline)은 오프라인 리테일러 입장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온/오프라인 단품관리와 동기화를 통해 축적된 고객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온라인의 소비를 오프라인으로 연결해서 오프라인 방문을 증대하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공적인 O4O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MD 기획을 위해 온/오프라인 고객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서 상품을 기획하고, 이를 온/온프라인에 seamless하게 판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전 상품을 온라인에 판매하도록 동기화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채널을 통해 개인화 추천을 제공하여 오프라인을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다시 활용해서 MD 기획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서 오프라인 리테일러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전략이다.

 

O4O는 오프라인 리테일러 누가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전략이고, 실제로 최근 수년간 이를 실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O4O 전략에서 간과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대기업이어서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오프라인 리테일러의 실행력이 문제일까. 온라인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할인과 프로모션 때문일까. 저마다 다른 의견과 관점이 있겠지만, O4O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이고 고객을 간과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한 한정적인 브랜드의 시즌성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만 하면,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 욕구가 발생해서 구매를 할 것이고, 온라인 구매경험이 너무 좋아서 오프라인에 방문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O4O 전략 기저에 깔리지 않았을까. 새벽배송으로 last mile delivery의 혁신으로 원하는 상품은 바로 다음날 배송이 되고, 소비자는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목적성 있게 소비하거나 비목적성으로 충동적으로 소비하거나, 명품을 소비하더라도 생필품은 가장 저렴하게 구매하는 양가적인 소비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혼돈의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를 못본채 오프라인 리테일러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매장화할 것인가에 너무 집중했던 것은 아닐까.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blog: http://aliahn.tistory.com 

mail: jongsikahn.cma[a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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