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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이야기

AgTech 스타트업, 그린랩스 사업/재무 분석 (5/5): 사업 분석

by 채린채준아빠 2024.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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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랩스는 B2B 플랫폼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으나, 재무적으로는 탄탄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소위 '계획된 적자'라는 성공 방정식을 통해 펀딩 -> 투자 -> 고객 확대 -> 추가 펀딩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했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위해 회사가 선택한 방식은 비싸게 조달해서 싸게 판매하자는 전략이었다.

 

1년 만에 1700억원 증발? 예비 유니콘 ‘그린랩스 미스터리’
매경이코노미, 2023.02.15

가장 큰 원인은 야심 차게 키워가던 농산물 도매 유통 시장에서 수백억원대 ‘미수 채권’이 발생한 탓이다. 그린랩스는 지난해부터 농산물 유통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사업 모델을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그린랩스가 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농민에게 직접 구매해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바이어에게 판매한다는 것. 데이터 기반으로 수요·공급을 예측해 과도하게 발생하는 기존 유통 마진을 줄여보겠다는 시도였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플랫폼을 운영하게 된다면, 공급자(농부)와 수요자(도소매)가 플랫폼으로 유입될 것이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Two Sided Network Effect가 극대화되어 GMV, DAU/MAU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계획된 적자'라는 방향성을 통해 단기간에 플랫폼을 성장시키고, 여기서 확보된 다양한 파트너와 고객을 레버리지해서 다른 돈 되는 사업을 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가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이 전략은 차질을 빚게 된다.

 

하지만 이 사업에는 생각보다 많은 유동성이 필요하다. 농산물 유통 구조상 현금 대신 ‘어음’이 오고가는 구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린랩스가 농민으로부터 100억원어치 농산물을 구입해 바이어에게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바이어는 그린랩스에 당장 100억원을 현찰로 넘겨주지 않는다. ‘언제까지 100억원을 갚겠다’는 어음(채권)을 써준다. 그린랩스 입장에서 100억원은 ‘외상 매출’인 셈이다. 하지만 그린랩스도 당장 농민에게 줄 돈이 필요하다. 그린랩스는 금융사로부터 외상 매출을 담보로 또 한 번 대출을 받아 유동성을 마련한다. ‘매출채권 팩토링’이라는 금융이다. 바이어가 대금을 납부하는 대로 금융사 대출을 천천히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채권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발생했다. 고랜드 사태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사들이 매출채권 팩토링 금융을 중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린랩스와 팩토링 금융 협력 관계에 있던 롯데카드도 마찬가지였다. 외상 매출을 담보로 ‘운전 자금’을 마련하고 있던 상황에서 팩토링이 중단되자 그린랩스는 한 번에 막대한 금액의 대출을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남은 것은 미수 채권뿐. 단번에 유동성이 말라버리게 되는 셈. 이렇게 받지 못한 외상 매출 금액만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거래 특성상 바이어에게 판매한 대금은 현금이 아닌 어음을 받게 되어 매출채권이 발생한다. 유동성을 위해 금융기관에게 일정 비율의 할인율을 적용해서 팩토링을 받아서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불행하게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팩토링을 중단하게 되고, 이로 인해 플랫폼을 유지하려는 현금이 유입되지 않게 된다. 그래도 잘 버티면 매출채권을 회수하면 되는데, 이 마저도 쉽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그린랩스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과도하게 공격적으로 ‘바이어 영업’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린랩스 농산물 도매 유통 관련 매출은 2021년 5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500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신생 유통사나 다름없는 그린랩스가 빠른 시일 내에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영업을 위해 바이어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액수를 외상으로 주거나 납부 기한을 관대하게 설정하는 식이다. 심지어 질권 설정이나 담보 설정 같은 최소한의 위험 회피 장치도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B2B 사업에서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거래처 확대가 필요하고, 거래처의 신용도나 담보를 확인하는 리스크 관리나 통제를 없애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하나를 포기하면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지만, 회사가 통제하지 못해는 외부 충격의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리스크와 내부통제 관리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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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초반의 그린랩스 사태로 인해 같은 분야의 유니콘 기업인 트릿지에도 불똥이 튀었다. 트릿지는 무역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서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고 한다. 다만, DART에서 트릿지의 재무제표를 검토해보면 2022년부터 대손충당금이 급격하게 증가하여, 그린랩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린랩스와 다르다' 라이벌 유니콘 트릿지, 차별화 외치는 이유는
더벨, 2023.02.27

트릿지 사업의 핵심은 데이터다. 트릿지는 농산물 무역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농산물 15만 종의 가격과 품질, 무역 데이터 등을 모아 정부, 기업 등에 제공하는 것이 주요 비즈니스모델이다. 필요한 건 컴퓨터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릿지는 농장 실사, 패키징, 운송, 세관 업무 등 풀필먼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지만, 이때 필요한 창고 등은 모두 임대로 사용해 대규모 CAPEX(설비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릿지 연결재무상태표 (2022년)

 

 

최근에 그린랩스는 조직 정비를 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업과 인력을 구조조정하며, 공교롭게도 새로운 사업을 트릿지와 유사한 사업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린랩스와 트릿지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계속 지켜보도록 하자.

 

'구조조정 막바지' 그린랩스, 농산물 플랫폼으로 정상화 기지개 [긱스]
한국경제, 2024.04.23

한때 파산 위기에 몰렸던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그린랩스가 대규모 인력 감축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스마트팜 사업을 정리하고 농산물 데이터 사업에 집중하면서 적자 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린랩스의 또 다른 기대주는 물 무역 시스템 ‘그레인스캐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글로벌 수출업자(패커)의 정보를 구매자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인공지능(AI)으로 수집한 글로벌 곡물 수출업자 관련 빅데이터를 통해 국내 구매자는 곡물의 국제 시세와 적정 구매 시기 등을 파악하고 글로벌 수출업자들은 국내 곡물 수요를 예상할 수 있다.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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