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그리고 비즈니스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회사에 정말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기존까지는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재택근무는 일부 극소수의 회사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것일뿐 우리와는 상관이 없었다. 하다못해 모든 회의는 대면회의가 기본이었다. 그러나 이젠 Zoom invite를 제가 할까요, 아니면 그쪽에서 하실래요라고 물어보는게 일반화될 정도로 화상회의가 전혀 어색함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물리적인 장소에서 함께 근무할 필요가 없는 시대로 한발짝 다가선 느낌이다.
여기서 논의를 좀더 극단적으로 나가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장이 아닌 사무실의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면, 직원들의 사무 업무를 자동화(Automation)할 수 있지 않을까? 가뜩이나 인건비가 높은데 직원들의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 다른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공장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여 생산공정을 자동화했듯이, 사무실에서도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움직임이 몇년 전부터 시도되고 있다. 대표주자가 바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이다. RPA는 소프트웨어로 구현된 로봇으로, 사람들이 PC에서 수행하는 거의 모든 업무를 흉내내는(mimic) 디지털 도구이다. 엑셀 매크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엑셀에서 매크로 기록을 누른 후 엑셀에서 입력이나 클릭을 하면, 그 행위를 그대로 기록해서 스크립트로 만들어준다. 나중에 동일한 업무를 하고 싶으면 해당 스크립트를 실행하면 자동으로 실행된다. 따라서 RPA가 제공하는 자동화란, 사람이 PC에서 하는 업무를 스크립트화해서 그것을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까지는 RPA가 자동화를 대표하는 용어이자 마케팅 문구라고 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자동화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듣고 말할 수 있으며,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공장의 로봇처럼 말이다. RPA 처럼 인간을 대신해서 PC에서 네이버 접속하고, 엑셀에 데이터 기록하고, DB에 저장하는 인간의 행위를 자동화하는 것은 현재 보편적인 디지털 기술이다. 이를 좀더 고도화해서 인간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자동화하기 위해 OCR, 자연어 처리, ChatBot 등의 디지털 기술이 속속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머리에 해당하는 지능은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인간처럼 능동적이고 의사결정이 가능한 디지털 기반을 만드는 것이 자동화의 미래가 될 것이다.
인간의 지능으로, 인간처럼 보고, 듣고, 행동하는 자동화의 미래. 그러나 그것은 먼 미래일테고, 비즈니스 현장에서 RPA라는 자동화 도구를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As-Is 업무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RPA 만을 도입해서 자동화 해야 하는가? 사람이 수행하는 A부터 Z까지의 모든 업무가 자동화 가능한가? 회사에서 모든 구성원의 업무가 단순반복적인 업무로만 가득할까? 우리는 직원을 왜 채용하는 것인가? RPA를 채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RPA는 사람의 관리가 필요하지 않은가? 결국은 사람이 또 필요한데, 이것을 자동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유통, 소비재(화장품, 식음료 등), 인터넷/모바일, 신용카드 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B2C 분야에서 신사업 전략, 경영전략, 해외사업, 리스크 관리 등의 컨설팅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대기업에서 인터넷/모바일 커머스 분야의 신사업 기획 업무를 비롯하여 사업기회 탐색, 신사업 전략 및 비즈니스 모델 수립, 사업화 추진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다양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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