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가 자유를 세계 전체로 확대시킴으로써 세계는 더 가까워지고, 더 하나가 되었고, 무엇보다도 더 자유로워졌고, 이것이 20~30년 동안 세계의 파이를 엄청나게 키웠다. 신자유주의의 구체적인 업적으로는 한 마디로 '세계화'라고 주장한다.
(출처: 위키백과)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자유무역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하는 다양한 지정학적인 이슈로 인해 세계는 닫혀지고 있다. 보호주의, 고립주의, 배타주의 등등 세계화와 배척되는 개념들이 부상하며,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 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유형의 위협
최근 유럽의 휴양지에서 소프트타겟을 노리는 테러가 발생해서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사실 유럽은 40~50년 전부터 크고 작은 테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 과거 서유럽에서 분리주의자와 극단주의자가 아일랜드와 스페인 지역에서 활동하며 테러를 감행했고, 최근에서야 동유럽의 테러리스트 집단이 알카에다를 포함한 외부 극단주의자들의 지원을 받아 테러 활동을 하고 있다.
1970년부터 18,811건의 테러가 발생했고, 테러로 인해 11,288명이 사망했다. 2016년부터 테러 공격의 빈도는 줄었으나 300명 이상 사망하는 테러가 발생하는 모습이다. 테러 유형에는 폭탄을 사용하는 건이 다른 유형(총격, 인질극, 빌딩공격, 공중납치 등)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이유는 이러한 테러의 공식이 서유럽 휴양지에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은 총이나 폭탄을 사용하지 않고,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를 이용해서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2015년 이후 IS는 10여 건 이상의 테러를 파리, 런던, 니스, 베를린 등 서유럽에서 감행했고, 33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됐다. 이 중에 자동차를 이용한 테러가 6건 정도였다.
이러한 테러 이면에는 종교적, 인종적인 갈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해 있으며, 실제로 유럽의 종교적 다양성은 높은 편이나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동유럽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결국에는 최근 미국의 Charlottesville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 폭력사태처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2. 자유무역과 단일시장 붕괴의 위기
자유무역과 단일시장을 지향하는 하나의 유럽, 즉 EU에서 일부 회원국들이 탈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영국이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는 투표로 인해 결정됐고, 이제는 소프트 브렉시트(EU로 국민 이동을 일부 제한하되 유럽 단일 시장 참여), 하드 브렉시트(세계무역기구 관세 적용) 등 다양한 선택 대안을 저울질 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브렉시트로 인해 다른 EU 국가로 이동하려는 인력이 UBS는 1,500명이 프랑크푸르트, 마드리드 등으로, Goldman Sachs는 1,000명이 프랑크푸르트, HSBC는 1,000명이 파리로 이동하게 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인력의 대이동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EU라는 단일시장에 혜택을 많이 받은 지역에서 브렉시트를 찬성했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주로 영국 남부 지역에서 찬성했는데, 이 지역에는 제조업체들이 많이 있고 EU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위치해 있다. 일부 지역에서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크게 입을 전망인데, 영국 자동차 산업은 2016년 17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50% 정도를 EU에 수출했다. 브렉시트 현실화에 따라 새로운 모델의 생산을 포기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를 하고 있어서 앞으로가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브렉시트에 찬성한 지역은 중공업 기반이 임금이 낮고 실업률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rust belt)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오버래핑이 될 정도로 유사성이 많다. EU라는 단일시장에서 얻는 혜택보다는, 지금의 내 삶, 내가 처한 환경에서 오는 분노와 증오심, 박탈감이 표출됐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3. 분열된 국가, 그리고 정치 리더쉽의 교체
2016년 11월 9일 트럼프 당선 소식에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회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일본계 회사인 닛산, 도요타, 혼다, 마즈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 멕시코에 대해 위협적인 발언을 일삼았는데,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대부분은 수출되고 있고 대부분이 북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멕시코는 자동차 회사들이 위치하기에 아주 유리한 지역이다. 멕시코 노동자의 인건비는 미국에 비해 80% 저렴하고, 자동차를 한 대 생산할때마다 원가가 많이 절감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회사는 멕시코에 진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트럼프는 멕시코를 그렇게 비난했던 것이었다.
트럼프 당선의 이면에는 분열된 미국을 보여준다. 주로 지방에 살고 있으며 대학을 나오지 않은 백인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한 것이다. 트럼프 캠페인 메시지는 불법이민, 자유무역에 적대감을 두는 의도적인 전략을 세웠으며, 이에 많은 저소득층의 백인들이 동조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저학력, 저소득층의 미국인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자리하고 있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는 요인 중의 하나는 고학력, 고소득의 아시아계가 계속 증가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아시아계가 혁신을 주도한지는 꽤 오래됐으며, 소득이나 학력도 아시아계가 월등히 높다. 2010년 기준으로 미국 가구 평균 연소득이 49,800 달러이나 아시아계는 66,000달러, 인도계는 88,000달러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렇게 값싸고 고급 기술로 무장한 아시아계의 진출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 캠프는 이러한 백인 노동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했는지도 모른다.
4. 닫혀지는 세계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세계화가 위축되고, 보호주의가 강해지고, 무역전쟁이 발생하면 모든 국가가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똑같은 정도로 타격을 받지 않는다. 작은 나라, GDP 기준 수출 비중이 많은 국가가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러한 국가로는 싱가포르(GDP 기준 수출 비중 176%), 네덜란드(82%), 대한민국(46%)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큰 나라, 적은 수출을 하는 경우에는 타격이 크지 않은데, 대표적으로 미국(13%), 브라질(13%), 인도(20%)가 있다.
최근에는 관광혐오증(tourism-phobia,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가 유럽 주요 도시에 퍼지고 있다. 관광객들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으며, 관광객의 증가, AirBnb 확산에 따른 기존 숙박업의 불황, 주택 임대료 상승, 환경파괴 등으로 기존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들은 '우리는 점령당하고 있다'라는 피해의식과 박탈감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관광업으로 먹고 살지만 관광업에 반대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유형의 닫혀지는 세계를 보여준다. 결국 보호주의, 고립주의라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비즈니스 역시 당분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참고자료
- 46 years of terrorist attacks in Europe, The Washington Post
- Barcelona Attack Adds to the Toll of Terrorism in Western Europe, The New York Times
- Road to Brexit, Bloomberg
- White Voters Delivered a Payoff, The Wall Street Journal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신사업 기획, 해외진출, 디지털, 스타트업, 커머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으며, 관련 주제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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