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대해서 인상 깊게 읽은 책이다. 너무 좋은 책이라 한번만 읽기 아쉬워서 아래에 책의 내용 일부를 요약 정리해봤다.
(1) 환율이 고정될 수는 없나? (p.26~30)
싱가포르는 '바스켓 방식'의 외환시장 제도를 채택했는데, 여기서 바스켓 방식의 외환시장 제도는 1990년대 초반 한국이 채택하고 있던 일종의 고정환율제도로, 완전히 환율을 고정시키는게 아니라 점진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관리변동환율제도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금융정책의 독립성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가 자국 내에 발생한 경제위기(부동산 가격 폭락 등)에 대응해 시장금리를 미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도하면, 싱가포르 달러의 가치가 미국 달러에 사실상 고정되어 있는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이 전혀 없으니 투자자는 싱가포르에 예치해놓은 돈을 빼서 미국 은행으로 옮기려 들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 증가하므로 달러 강세가 되고, 싱가포르 정책 당국은 환율을 적정 범위에서 관리하고 싶어하니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팔고 싱가포르 달러를 매수하는 개입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외환보유고가 고갈된다.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는 나라는 미국의 금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통화정책의 자유를 상실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통화정책의 자유 상실은 최근 중국의 위완화 평가절하 이슈에서도 잘 드러난다.
(2) 국내총생산 및 경상수지 (p.60~62)
저축률이 하락한 반면 투자율이 상승하면,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국내총생산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보자.
국내총생산(GDP) = 소비 + 투자 + 수출 - 수입
→ 저축 - 투자 = 경상수지
과속 성장이 계속되면서 저축이 줄어들고 투자가 크게 증가하면 경제에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경기 과열을 겪은 나라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물가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더 높아지면 그 나라 제품의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3)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p.91~93)
실질실효환율이란 주요 교역 상대국의 환율과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을 반영해 환율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이 100을 기록하고 있다가 110으로 상승하면, 그만큼 한국 원화의 가치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물가가 더 많이 올랐거나, 아니면 달러/원 환율이 하락했음을 의미할 것이다.
실질실효환율은 국제결제은행(BIS) 등 여러 기관이 작성하고 있다. 2010년의 환율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2015년 말 현재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1포인트여서, 2010년에 비해 한국 원화의 구매력은 11%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해외에서 수입되는 제품을 구입함에 있어서, 한국의 소비자는 2010년보다 11%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2007년 수준에 비하면 20%나 낮은 수준으로, 아직 원화는 저평가 국면에 놓여 있다.
(4) 경상수지 흑자 (p.100~102)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교역조건의 변화이다. 여기서 교역조건이란, 한국 수출 제품 가격과 수입제품 가격의 비율을 의미한다.
교역조건 = (수출단가 / 수입단가) x 100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국제유가의 급락 국면에는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되었다. 우리나라 수출 제품의 가격이 변하지 않는 반면 수입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니, 수출하고 받은 대금으로 수입품 결제를 하고도 돈이 많이 남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경상수지의 변화를 예측할 때는 국내 변수뿐만 아니라 글로벌 지표, 특히 상품 가격의 동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5) 달러 강세 현상 (p.106~109)
일반적으로 달러는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다시 말해 기업의 파산 위험이 높아지고 한국 등 수출 공업국의 경제가 어려워질 때 달러 강세가 출현한다. 이런 현상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투자자는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느껴질 때 달러화, 채권 등 안정적인 자산을 선호한다는 현상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투기 등급 회사채란 BBB 등급 이하의 채권을 의미하는데, 금융시장에서는 이런 종류의 상품읠 '위험자산'이라고 부른다. 미국 투기 등급 채권의 가산금리는 금융시장에 참가한 투자자의 심리 상태 및 미래 경제에 대한 의견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이다. 따라서 환율의 변화 방향을 예측하려면 국내 변수로는 경상수지, 해외 변수로는 무엇보다 미국의 투기 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6) 글로벌 경기 변동의 중요한 요인, 선진국의 소비 (p.131~139)
글로벌 경기의 변동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비'다 그것도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다. 왜 그런가?
첫 번째 이유는 선진국일수록 소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의 소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2/3에 이른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소비의 본격적인 개선이 있은 뒤에야 기업의 투자가 나타나며, 반대로 소비가 둔화되는 징후가 나타날 때는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먼저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하면 0~6개월 뒤에 기업의 생산이 증가한다. 그리고 생산 증가가 6~12개월 이상 진행되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서서히 설비투자 및 신규 고용이 재개된다. 유휴 노동력이 많지 않다면 이 과정에서 임금 상승까지 나타나, 경제는 본격적인 호황 국면에 접어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 소비의 변동이며, 그 이외의 요인은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7) 채찍 효과 (p.140~154)
미국 실실소비지출 증가율이 1% 포인트 늘어나면, 미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2% 포인트, 그리고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5~10% 포인트 상승한다. 이런 현상이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라고 하며, 한국이 공급사슬의 끝에 위치하기 때문에 수출 변동폭이 크다.
미국 소비자 등 선진국의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는 등 경기 여건이 나쁠 때는 한국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원자재 모두 수요가 급격히 둔화된다. 특히 '재고'가 이런 효과를 부각시킨다.
'환율 상승 = 주가 하락 = 기업 실적 악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채찍 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는 선진국 경기가 좋으면 한국 등 개도국 자산에 투자하며, 반대로 선진국 경기가 나빠지면 한국 등 개도국 자산을 집중 매도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실적은 기본적으로 미국 등 선진국 소비자의 지출 동향에 매우 민감하다. 미국 기업 실적이 나빠지는 속도보다 한국 기업의 실적 악화 속도가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되면, 한국 주식보다 미국 주식을 매입하는 게 타당한 행동이 될 것이다. 이런 외국인 투자자의 행동이 모여서 환율이 상승할 때 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8) 환율 상승 (p.156)
환율의 상승은 주식시장의 참가자에게는 별로 좋은 뉴스가 아니다. 추가적인 환율의 상승을 우려한 투자자의 이탈이 발생하거나, 기업 실적의 급격한 악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이 이상 급등하고, 달러 강세, 투기등급 채권, 가산금리 상승 등 환율의 예측 지표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는 주식시장의 조정 가능성을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신사업 기획, 해외진출, 원가/관리회계, 스타트업, 커머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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