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은 기업의 든든한 지지 기반이다. 고객은 평판에 자신의 브랜드 로열티를 투사한다.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 제품의 품질에서부터 임직원의 행동까지, 모든 것의 마지막에는 평판이 자리잡고 있다. 평판을 쌓기 위해서 평생이 걸리지만,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난다.
평판 리스크는 기업의 정직과 제품의 품질에 의문이 제기되어 사업 기회를 잃어버릴 리스크이다. 평판 리스크는 직접적으로는 기업의 부정적인 행위의 결과로 발생하거나 간접적으로는 임직원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발생한다. 또한 직접적인 관련 없는 주변의 관계자인 합작 파트너나 공급자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평판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우수한 거버넌스 체계와 투명성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최고경영진이 오너십과 책임감을 갖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기업이 하는 모든 활동은 평판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상장회사감사회 Auditor Journal 2016년 7월호
1. 전설의 종말, 폭스바겐
2015년 9월 19일 토요일. 독일 전역에서 많은 팬들이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보기 위해서 박람회장으로 몰려들어 주변은 자동차로 인해 곳곳이 정체되었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국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모터쇼는 독일인들에게는 자부심 가득한 축제 그 자체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9월 22일, 폭스바겐그룹 계열인 아우디의 ‘Vorsprung durch Technik(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기업 슬로건처럼 여겨지던 독일의 자부심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폭스바겐은 편법으로 배기가스 검사를 통과하는 데 사용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자사 차량이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대라고 시인했다.
배기가스 조작의 결과는 혹독했다. 폭스바겐의 주가는 3일 만에 162.4에서 106으로 34.7% 하락했고, 이는 4년 전인 2011년 9월의 최저가(100.05)으로의 회귀였다. 미국에서 디젤차 판매량은 2015년 8월 8,688대에서 12월 76대로 1/100 수준으로 급감했다. 또한 각국 정부로부터 소송, 압수수색, 제재가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 법무부의 경우 최대 106조원의 민사소송을 추진 중에 있다.
과연 폭스바겐은 위기를 반전시킬 기회가 없었을까? 사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은 2014년부터 제기되었다. 2014년 5월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폭스바겐의 테스트 차량 두 대에서 배출량이 제한기준을 초과했다는 조사를 하였고, 워싱턴 환경보건국(EPA)이 사건을 맡고 새크라멘토 캘리포니아대기자원위원회(CARB)가 조사에 참여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미 당국에 기술적 오류가 원인이었으며 자발적으로 자동차 50만대를 리콜하겠다는 내용의 해명서를 제출하였고, 고객에게는 이 리콜이 ‘배기가스 서비스 캠페인’이라고 거짓말이 담긴 서신을 보냈다.
2015년 5월, 일부 관리들은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로 배출량을 조작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으며, 개선된 폭스바겐에 대한 테스트가 시작됐으나 또다시 기준량을 초과하는 결과가 나왔다. 결국 7월에 환경보건국(EPA)은 폭스바겐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16년형 디젤 차량에 대한 승인을 보류하겠다고 통보하기에 이른다.
독일 본사 경영진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고, 당시 CEO인 빈터코른에게 차량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는 내부 문서가 그에게 전달되었다. 마침내 2015년 9월 18일 EPA의 신시아 자일스 집행사무관은 기자회견에서 폭스바겐이 엔진 소프트웨어를 조작해서 고객과 당국을 기만했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폭스바겐은 공식적으로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했다.
폭스바겐의 실패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경직된 지배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모델인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와 구분되는 독일의 이해관계자 중심의 감사회(supervisory board)는 이사회 보다는 상위 기구로서 일상적인 경영을 책임지지 않지만 CEO 포함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핵심 의사결정 기구이다. 20명으로 구성된 감사회 멤버 중 주주 대표는 10명인데, 그 중 독립적인 인사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감사회 구성의 절반인 10명은 노동자 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노동자 대표들을 철저하게 사측에 우호적인 인력으로 구성함으로써 그 어떤 반대 의견도 용납되지 않은 구조였다. 이러한 지배구조 하에서 수익극대화 추구나 극심한 경쟁구도 속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내부통제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폭스바겐의 불법적인 행위는 계속 은폐되었고,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2014년 Blueprint for Free Speech에서 발표한 ‘Whistleblower Protection Laws in G20 Countries’에 따르면, 독일의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는 아주 낮은 수준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수준으로 조사됐다. 폭스바겐 사태는 내부고발이 아니라 미국 대학과 정부의 고발로 인해 세상에 드러났다는 점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2015년 12월 23일 폭스바겐은 기본기에 충실하자는 인상을 주는 Das Auto라는 낡은 슬로건은 허세에 지나지 않았고 친환경차 기술에 대한 폭스바겐의 의욕을 담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Das Auto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 위기를 기회로, 마텔
세계 최대의 장난감 기업인 마텔은 2007년 8월부터 불과 몇 주 동안에 세 차례의 리콜을 실시하며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다. 세 차례 리콜은 모두 중국에서 생산된 장난감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먼저 8월 2일 첫 번째 리콜은 장난감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성분이 검출되었고, 납 페인트를 칠한 완구 약 100만개를 리콜했다. 이후 8월14일에 또 다시 작은 자석 때문에 리콜을 실시했는데, 자석과 장난감 본체와의 접착력이 약해 아이들이 자석을 삼킬 가능성이 제기되어 마텔은 미국 내에서 950만개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820만개의 중국산 장난감을 리콜했다. 약 한 달 뒤인 9월 5일 또 다시 납 페인트 문제로 세 번째 리콜을 단행했으며, 약 88만 여개의 분량에 해당했다.
이렇게 연 이은 리콜은 62년 넘게 쌓아 온 마텔의 브랜드 이미지에 큰 상처를 남겼으며, 믿었던 미국 브랜드가 중국에서 만든 해로운 제품을 팔고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디즈니와 같은 경쟁사는 ‘우리 제품에는 납 성분이 없습니다’ 등의 간접 비방 광고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고 1차 리콜에서 3차 리콜까지 5.2% 하락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2007년 4분기 순익은 3억 2,85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물론 엄청난 규모의 리콜과 새로운 점검 시스템의 도입으로 비용은 많이 발생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마텔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을까? 납 페인트 장난감이 발견되자마자 마텔의 경영진은 위기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대언론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했는데, CEO는 신문과 각종 매체에 사과문을 기고하고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며 적극적으로 사과했다. 또한, 당시 떠오르는 온라인 미디어에 사과동영상을 게재하고 Yahoo를 포함한 포털 사이트에 링크를 걸어 자사 리콜 관련 웹페이지로 연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마텔은 3단계의 안전진단 시스템을 강화했는데, 장난감에 사용되는 모든 페인트를 전수 검사했다. 또한 전 생산라인의 기습 점검 강도를 높였고, 임의로 하던 완제품 검사도 모든 제품으로 확대했다. 마텔의 두 번째, 세 번째 리콜은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결함을 찾아낸 뒤 자발적으로 실시한 결과였다.
마텔은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 소비자가 브랜드에 기대하는 바와 그 맥락을 충분히 반영한 사과문을 통해 적극적이고 진실한 사과를 수행했다.
(3) 모니터링
평판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재무 성과, 지배구조 및 리더십(이사회 다양성, Great Work Place 서베이 결과), 컴플라이언스(규제 위반, 소송 건수, 내부고발), 고객 약속 이행(정시 Delivery 수준, 고객 컴플레인), 조직 및 문화(이직률, 만족도), 사회적 책임(지역 공동체 민원, 세전 이익 대비 기부금) 등을 측정하여 관리해야 한다. 또한, IT 기술에 투자해서 다양한 미디어들을 지속적으로 스캔하여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평상시 평판 강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활동은 내외부의 옹호세력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조직 전반에 회사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임직원들이 평판을 방어하도록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외부의 핵심 이해관계자와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신사업 기획, 해외진출, 원가/관리회계, 스타트업, 커머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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