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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이야기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모든 것, 전략적 사고

by 채린채준아빠 2017.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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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모대학교 창업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사고라는 주제로 강의와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은 전략보다는 생존과 성장이 중요하나, 그렇다고 해서 전략적 사고까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스타트업의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집중하고,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지 판단하기 위해 전략적인 사고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1. Disruptive Business Model은 성공을 의미하는가


매월 만원을 내면 매일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하자. 단돈 만원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은 이 스타트업에 열광할까? 이 스타트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을까? 이 스타트업은 훌륭한 전략을 세운 것일까?



이런 꿈 같은 서비스는 미국의 MoviePass라는 스타트업에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 MoviePass는 월정액 $9.95만 내면, 미국 전역의 영화관에서 매일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까지만 읽어보면 과거에 레스토랑에서 50% 할인된 금액으로 쿠폰을 팔아서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거나 음식의 양을 적게 주던 소셜커머스가 연상되지만, 사실 MoviePass의 비즈니스 모델은 미묘하게 다르다. 사용자가MoviePass에 가입하면 마스터 카드사의 직불카드를 받게 되며, MoviePass 앱에서 주변 영화관에서 당일 상영하는 영화를 고르면 직불카드에 티켓 1장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 충전된다. 그러면 그냥 영화관에 가서 티켓을 정상가에 구매하고 영화를 보면 된다.


사용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정점이 있고(2D 영화, 당일 영화, 예매 불가, 근처 극장 가능 등의 제약은 있음), 영화관은 정가로 계산된다는 장점이 있다. MoviePass는 가입자 기반이 증가하면 반복되는 매출(recurring revenue)가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 티켓 가격은 광고회사가 대신 지불하며, 이 회사는 회원들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데이터 분석과 광고를 하게 된다. 


자, 다시 한번 질문을 해보자. 이 스타트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을까?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만으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영화관 시장의 크기를 살펴보자. 미국영화협회(MPAA)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 스크린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서 2016년까지 CAGR이 15% 정도로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스크린 수의 증가는 관객들이 늘어난다는 방증이므로, MoviePass가 타겟으로 하는 시장은 아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MoviePass가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다름아닌 업자가 Netflix의 공동창업자인 Mitch Lowe이기 때문이다. Netflix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파괴했듯이, 이젠 MoviePass로 오프라인 영화관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을까.




2. 전략의 핵심 요소, 두려움과 불편함


흔히 전략이라고 하면 프레임웍, 방법론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SWOT Analysis를 통해 SO 전략을 수립해서 자사의 강점을 바탕으로 사업기회를 찾거나, WO 전략을 수립해서 자사의 약점으로 사업 기회를 잃지 않는 방안을 도출한다. 이렇게 4개의 전략을 도출해서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아래에 1958년 Ansoff Matrix부터 최근까지 엄청나게 많은 전략 프레임웍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전략 프레임웍은 전략 보다는 프레임웍에 집중하게 되어, 프레임웍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을 리서치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게 되는 폐단이 있다. 리서치 결과를 프레임웍에 집어넣고 몽땅 섞어서 짠!하고 전략이 나온다면, 그 전략은 과연 좋은 전략일까?


전략은 크게 3가지 흐름이 있다고들 한다. 먼저 포지셔닝(positioning)이 중요하다는 관점으로, 외부 환경이 중요하며 이익이 나는 시장에서 이익이 나는 위치를 차지하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외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구조화된 분석 기법을 적용해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해, 내부 역량(capability)가 중요하다는 관점이 있는데, 내부 환경이 중요하며 자사의 강점이 보이는 곳에서 경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리더십, 조직의 유연성, 역량 등 정성적인 것을 강조하는 접근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며 빠르게 전략을 선택해서 시행착오를 통해 결정하자는 적응(adaptive) 전략이 나오고 있다. 경영과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져서 전략이 급격하게 진부화 되는 시대에 가설을 수립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전략 기법이 대두된 것이다.


필자가 '전략적 이슈와 가설 기반의 접근방법'이라는 글에서 적었듯이 전략의 본질은 불활실성과 알려지지 않은 두려움과 싸우는 것이며, 두려움과 불편함이야 말로 전략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전략은 전략 프레임웍을 활용해서 엄청난 시간을 투입하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론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다.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아주 단순하고 대충 뚝딱 만들어서 간단하지만 쓸만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3. 스타트업 성장곡선과 전략적인 사고


스타트업의 성장을 S-Curve로 도식화해서 살펴보자. 스타트업은 도입, 성장을 거쳐 성숙 단계에 도달하고, 성숙 단계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거나 도태된다.




(1) 도입 단계 - Survival


도입 단계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하며, 생존을 위해 현금흐름이 신속하게 플러스가 되도록 민첩하게 행동하거나 외부 투자자로부터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자금을 투자 받아야 한다. 어떤 경우든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외부의 관점에서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검토해 봐야 하며, 외부 투자자들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지 염두해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다음 링크의 질문을 참고해서 좀더 매력적인 산출물이 나오도록 하자.


투자 결정할 때 검토할 사항들

스타트업의 health check 지표 - 16 Startup Metrics

16 More Startup Metrics



(2) 성장 단계 - Strategic Choice


흔히 스타트업들이 외부의 투자 유치를 받기 전까지의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지나면, 운이 좋으면 가파른 성장의 단계에 진입해서 성장을 하게 된다. 매출이 증가하고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외부 투자자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스타트업들은 자원의 제약이 많으므로, 성장을 위해서 선택을 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서 핵심 비즈니스를 강화하거나, 인접 비즈니스로 확장하거나, 전혀 새로운 비관련 다각화를 선택할 수 있다. 성장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전술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핵심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마케팅/영업 역량을 강화해서 Go-to-market transformation을 하거나 제품/서비스 혁신, M&A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 과정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자체적으로 키울지(organic growth), 외부에서 찾을지(inorganic growth)가 결정된다.



성장 전략 수립은 당연히 lean approach로 접근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엄청난 시간을 투입해서 변경할 수 없고 거의 완벽한 전략을 수립하는게 아니라, 단순하고 대충 뚝딱 만들어서 간단하지만 쓸만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장을 위해 인접 비즈니스로 확장하기로 선택하고, 이를 위해 BMI를 추진하고자 한다. 새로운 BM에 대해 시장에서 가장 유사한 회사를 찾아보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신속하게 수집한다. 성공/실패 사례를 활용해서 가설을 수집하고, 가설을 측정하기에 적합한 지표를 선정한다. BM을 테스트하면서, 가설이 맞는지 따져보고 측정 지표를 분석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다. 이를 활용해서 다시 BM을 수정하고 유사 사례, 가설 수립, 테스트, 인사이트 등을 반복하면서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다.



(3) 성숙 단계 - 새로운 성장을 위한 경영기반 다지기


이제 스타트업이 한 단계 높이 올라가기 위해 경영기반을 다져야 하는 시기이다. 전략기획, 예산수립, 성과평가, 인사정책 등등 지난한 작업이 남아있다. 물론, 스타트업 특유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경영기반을 다져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과연 적합한 사람들을 Rocket에 태웠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을 rocket에 태워야 하고, 어떤 사람들을 내리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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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 Navigating the Dozens of Different Strategy Options, Harvard Business Review

- 경영전략 논쟁사, 미타니 고지

- Growth Options: Where to Play, How to Win, The Boston Consulting Group




경영컨설턴트이자 국제공인관리회계사인 안종식입니다. 주로 신사업 기획, 해외진출, 디지털, 스타트업, 커머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으며, 관련 주제로 기업체와 협회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딜로이트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blog: http://aliah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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